고추밭에 문동병
페이지 정보
본문
상토에 고추 씨를 뿌립니다.
조그만 싹이 앙증맞게 올라오면 핀셑으로 하나씩 상토포트에 옮겨야 합니다.
상토에 이식한 고추 모종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웁니다.
추운 밤엔 두겹 세겹으로 보온을 해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낮동안은 보온덮개를 벗겨내고 비닐을 들추어 공기가 통하게 보살펴 줘야 합니다.
그렇게 키운 모종이 다섯잎이 날 정도로 자라면 4월 중순경 밭에 옮겨 심습니다.
고추농사를 지으려면 일주일에 1회 정도 소독을 해야 합니다.
고추 작물은 원산지가 열대라서 그런지 해충과 세균, 바이러스 감염에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고추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질병은 '고추 탄저병'입니다.
탄저균과는 다릅니다.
탄저균은 세균에 의해 발생하지만 고추 탄저병은 곰팡이 종류라고 합니다.
고추 탄저병은 장마철 무렵 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할 때 발병합니다.
그리고 한 번 발병하면 모든 고추를 고사시켜 버립니다.
일단 고추 탄저병에 감염되면 작물 피해는 어마어마하지만 회복 불가능합니다.
그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할 뿐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고추 탄저병이 발생한 시기는 70년대라고 합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고추가 썩듯이 까맣게 타들어가니까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갔답니다.
병의 정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방제법이 존재하지 않을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까맣게 썩어가는 정체불명의 고추 질병을 '문동병(문둥병의 사투리)'이라고 불렀던 모양입니다.
한센병을 문둥병이라고 불렀는데 당시엔 고칠수 없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환자들을 격리해서 관리하고 사회적 차별도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정체불명의 고추 질병을 세간에서는 고칠수 없는 문동병이라고 부르곤 했던 모양입니다.
저희 마을에서 원주로 향하는 국도 한 편에 '문동마을'이 있습니다.
한센병 환자 치료소가 있던 마을이라고 하여 그런 명칭이 붙은 모양입니다.
하루는 마을 어르신들이 문동마을로 간다고 삼삼오오 모여 들었답니다.
'문동마을을 왜 가냐?'고 물으니 '그 곳에서 문동병 약을 구입할 수 있다'라고 하더랍니다.
자가용도 없던 시절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문동마을까지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가 힘들게 약을 구입해 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문둥병 약을 고추밭에 살포했답니다.
효과가 있었냐구요?
그럴 리가요.
그저 오래 전 안타까운 농민 심정을 기억하는 작은 에피소드입니다.
- 이전글농지조사에 관련된 내 생각 26.03.27
- 다음글주말에 밭 농사 준비했습니다 26.03.25
댓글목록

길게잡자님의 댓글
길게잡자 작성일 Date
예전 우리 국민들 참 순수했어요.ㅎ
요즘은 탄저병에 강한 고추종자가 나옵니다.
과학이 발달하는 세상에, 국민먹거리인 고추도 발달했네요.
하지만, 전염성이 강해 끝날때까지 조심해야지요.